흰어리연

Photography/Flowers
 2025. 7. 19.  설마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왕송호수에 들렀다. 동호회 정모라서 이른 아침이라고 갔는데도 8시도 안되어 도착했는데도 해가 이미 꽤 올라와 뜨겁다니 정말 여름 날은 출사가 쉽지가 않다. 

원래, 연꽃을 보러 갔지만, 연꽃 상태들은 햇살도 벌써 뜨거운데 그림자까지 강하게 드리워져 있어서 사진을 찍어도 생각대로 담기는 게 없었는데, 이리 저리 앵글과 화각과 구도를 보며 용을 쓰다가 결국, 이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말았다.

 

거의 마무리 한두시간 지난 후 운영진이 챙겨 온 수박을 먹고 있다가 일행 한 분이 흰어리연이 옆에 있는 걸 보았다고 하셔서 다들 그 쪽으로 이동해 보니 흰어리연들이 물가에 많이 피어 있었다. 

하지만, 너무 빼곡히 많이 모여 있는데다 초록잎 위에 흙탕물이 튀어 있는게 지저분해서 난감해 하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일행몇명이 과감히 울타리를 넘어 가 비탈을 내려가서 호숫가로 다가가 수면 위에 피어 있는 꽃들을 풍뎅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찍기 시작했다. 물 가엔 진흙처럼 되어 있어서 무릎을 꿇을 수도 없으니 다들 그냥 쪼그리고 앉아서 몸을 웅크려서 카메라를 최대한 수면 위까지 내려서 찍고는 있었지만, 수그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다들 고전을 하고 있었다.

 

결국, 나도 동참하기 위해 비탈을 내려가 가까이 가 보니 꽃들이 빼곡히 모여 있긴 했지만, 조금씩 간격을 두고 피어 있는 꽃이 몇송이 보였다. 흰어리연은 수면 위에 피는 꽃이라 한나절만 피고는 뜨거운 정오를 지나면 금방 지고 말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가는게 좋다.

문제는 수면에 비친 반영이 촬영 포인트라서 이 꽃을 찍을려면 보통은 가슴장화를 입고 와서 물 속으로 들어가서 찍는게 일반 적인데, 여기는 물 가에 꽃이 피어 있어서 진흙탕이긴 하지만, 그래도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더욱이 난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레탄재질의 산업용 무릎보호대와 팔꿈치 보호대를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덕분에 진흙탕처럼 보이는 물 가에서 무릎을 꿇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안정적인 자세가 확보했고, 카메라 렌즈를 받치고 있는 왼손은 물가에 올라 온 초록잎들 위에 올려 놓아 최대한 안정적인 자세를 확보했다.

흰어리연의 반영을 찍을려면 최대한 렌즈를 수면 가까이 내려가서 물에 닿을락말락해야 반영이 잘 나오고, 바람이 적어야 물결이 덜 흔들리므로 바람이 없는 날이 좋다. 하지만, 산들바람 정도도 크게 흔들리긴 해도 바람이 항상 계속 부는 건 아니니 바람이 잦아드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요약하자면, 땅에는 왼쪽 발, 오른쪽발, 오른쪽 무릎까지 총 삼각구도의 지지대를 확보하여 안정감을 유지한 채로, 렌즈를 받치고 있는 왼쪽 손등은 물가 바닥에 펼쳐져 있는 초록잎 위에 위치해 흙도 손등에 덜 뭍히면서 렌즈의 떨림도 최소화 한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 물론, 촬영장소가 두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안정감이 확보 되겠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니 최대한 스스로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는 자세를 찾으면 된다.

 

 

Canon EOS 5D Mark IV ❘ 2025-07-12 09:48:17 ❘ Manual ❘ Spot ❘ Auto WB ❘ 1/400s ❘ F8.0 ❘ 0.00 EV ❘ ISO-100 ❘ 280mm ❘ Not Fired

 

 

이제 모두 준비가 끝났으니 구도를 잘 잡고 숨만 잘 참고 촬영하면 된다. 조리개 우선모드인 A모드도 괜찮겠지만, 난 항상 M모드로 촬영하다 보니 노출보정이 필요한 A모드가 오히려 귀찮다. M모드 촬영하면 그냥 명확하다, 그냥 내가 지정한 설정으로 촬영할 수 있으니... 아예 바람이 제로인 것 보단 아주 약간 산들바람이 불어 주면 물결이 아주 곱게 흔들거려 오히려 사진이 밋밋하지 않고 붓으로 곱게 쓸어준 것처럼 물결무늬가 깔려 있는 모습으로 촬영이 가능하니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이어서 곧 포스팅 예정인 수련 반영작품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수련작품에선 바람 한점 없는 상황에서 촬영하다 보니 반영을 표현하기엔 최고의 상황이었지만, 거울 같은 반영은 밋밋해서 그런지 재미가 없어 보였다.

 

 

Canon EOS 5D Mark IV ❘ 2025-07-12 09:42:09 ❘ Manual ❘ Spot ❘ Auto WB ❘ 1/800s ❘ F5.6 ❘ 0.00 EV ❘ ISO-100 ❘ 280mm ❘ Not Fired

 

 

사진 속에서 아랫쪽 푸른색은 보정 과정에 원래 색감 보다는 좀 더 채도가 높은 느낌으로 처리됐지만, 어짜피 해를 등진 위치에 있어서 반사된 하늘의 색깔은 푸른색이었다. 

아쉬운 점은 물가에 카메라의 위치와 꽃과의 거리에서 꽃들이 피어있는 위치가 대각선으로 각자 거리가 다 달라서 모든 꽃들에게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스택기능도 없고, 각자 초점을 맞춰 촬영 후 합치는 것도 어려우니 그냥 잘난 놈 하나에 집중하는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찍은 사진 중에서 좋은 사진을 선별해 내야 하는데, 어짜피 수십 수백장을 찍어 와도 몇장만 선별할 수 밖에 없으니 반영이 또렷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삭제해야 한다. 미련을 두면 계속 용량만 늘어나기만 하는데 그게 나다.ㅠㅠ (정리를 좀 해야 하는데)

 


 

아래 마지막 사진은 지금까지 내가 흰어리연을 이번이 두번째 찍어 본 것이라서 2019년에 경기 화성에 위치한 어천지 라는 연못에 가서 처음 찍었던 흰어리연 사진을 함께 첨부해 본다. 이 사진은 그 당시 가슴장화를 신고 들어 가서 찍은 것인데, 바람이 어찌나 많이 불던지 도무지 제대로 된 반영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도 잉어 산란철이라며 citi100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던 동네청년이 '거길 왜 들어갔냐, 당장 나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제대로 찍지도 못하고 나올 수 밖에 없어서 참 아쉬운 날이었는데, 이렇게 6년만에 예상치 않은 곳에서 이렇게 흰어리연을 다시 담아 보게 되어 참 좋았다.

Canon EOS 5D Mark III ❘ 2019-08-11 09:17:16 ❘ Manual ❘ Spot ❘ Auto WB ❘ 1/500 ❘ F5.6 ❘ 0.00 EV ❘ ISO-100 ❘ 100mm ❘ Not Fired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흰어리연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던 날.

 

 

 

ⓒ2025. Yeremiah K. Helios / 설마 / 박가이버
인스타그램@beantree_parkg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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