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Flowers
2026. 6. 15.
[야생화] 호자덩굴
안면도
학명: Mitchella undulata
영어 이름: Wavy-leaved partridge berry
Wavy-leaved (물결 모양 잎의):
학명의 종소명인 'undulata'가 '물결치다'라는 뜻인데, 이를 영어로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한국 호자덩굴 특유의 가장자리가 살짝 구불거리는 잎 모양을 아주 잘 표현한 이름이다.
Partridge berry (멧닭의 딸기):
북미에 사는 사촌 격인 동속 식물(Mitchella repens)을 현지에서 'Partridge berry'라고 부르는데, 숲바닥에 사는 새(들꿩, 멧닭 등)들이 이 빨간 열매를 좋아해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호자덩굴이란 이름은 여기에 잎 모양의 특징이 더해진 것이다.
▶ 하나의 열매를 만드는 '쌍둥이 꽃' 호자덩굴.
6~7월에 가지 끝에 두 개의 흰색(또는 연분홍색) 꽃이 나란히 피어난다.
꽃잎 안쪽에 부드러운 털이 보슬보슬 나 있어 매크로 렌즈로 잡았을 때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다.
놀라운 점은, 보통은 꽃 하나에 열매가 하나씩 열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호자덩굴은 두 개의 꽃이 딱 붙어서 피어난 후, 꽃이 지고 나면 씨방이 하나로 합쳐져서 가을(9~10월)에 하나의 빨간 열매로 맺혀진다. 자세히 보면 열매 하나에 꽃이 떨어지고 남은 흔적(꽃받침 자국)이 두 개가 나란히 있어서 마치 2개의 눈처럼 보이기도 하고, 살짝 튀어 나와 있는 모습은 옆에서 보면 귀처럼 보이기도 한다.
호자덩굴을 볼 때면 항상 궁금한 것이 있었다. 꽃 모양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볼 때 마다 꽃 수술 모양이 두 종류처럼 보여서 얼핏 보면 마치 암꽃과 수꽃 따로 피는 '자웅이주(암수딴그루)'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주변에서 얘기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아무도 이 부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겉보기에는 암술만 보이거나 수술만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결국, AI를 통해 알아 보니 특이한 사실들을 알게 됐다.
실제로는 두 종류의 꽃 모두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이형화柱 (Heterostyly, 암술대 이형성)'라는 아주 독특하고 영리한 번식 전략을 가진 양성화(암수가 한 꽃에 모두 있음)이다.
1. 두 가지 꽃의 정체
호자덩굴은 유전적으로 장암술대 꽃(Long-styled flower)을 피우는 개체와 단암술대 꽃(Short-styled flower)을 피우는 개체로 나뉜다. 한 포기에는 한 가지 형태의 꽃만 피어난다.
1) 첫 번째: 손모양 암술만 길게 나온 꽃 (장암술대 꽃)
ο 눈에 보이는 것: 꽃잎 밖으로 암술대가 길게 뻗어 나와 있고, 끝이 4개(혹은 3개)로 갈라져 손바닥이나 별 모양처럼 보인다.
ο 숨겨진 것: 이 꽃도 수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수술 4개가 꽃봉오리(화관) 안쪽 깊숙이 아주 짧게 숨어 있어서 겉으로는 암술만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2) 두 번째: 검은빛 수술 4개만 보이는 꽃 (단암술대 꽃)
ο 눈에 보이는 것: 꽃잎 입구에 4개의 수술이 위로 쑥 올라와 있다. 수술 끝의 꽃밥이 성숙하면 짙은 보라색이나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색으로 변해 도드라져 보인다.
ο 숨겨진 것: 이 꽃 역시 암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암술대의 길이가 아주 짧아서 꽃통 깊은 바닥에 완전히 가려져 있어 겉으로는 수술만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다.

2. 왜 이런 복잡한 구조를 가졌을까? (이형화의 비밀)
식물에게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이다. 자신의 유전자끼리만 계속 결합하면 유전자가 다양해지지 못해 전염병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해지기 때문인데, 호자덩굴은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암술과 수술의 높이를 엇갈리게 배치하는 진화를 선택했다.
ο 교차 수분(딴꽃가루받이)의 극대화: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 '수술이 높은 꽃(단암술대)'에 앉으면 곤충의 몸 윗부분에 곤충도 모르게 검은 꽃가루가 묻게 된다. 이 곤충이 다음번에는 '암술이 높은 꽃(장암술대)'으로 날아가면, 몸 윗부분에 묻었던 꽃가루가 길게 뻗은 암술머리에 자연스럽게 스치며 묻게 된다.
반대로 곤충이 꽃 깊숙이 꿀을 빠는 동안 곤충의 머리나 입 주변에 묻은 꽃가루는, 다음 꽃의 깊은 곳에 있는 짧은 암술대에 전달된다.
즉, 호자덩굴은 암꽃, 수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키 큰 암술+키 작은 수술' 조합의 나무와 '키 작은 암술+키 큰 수술' 조합의 나무가 서로 다른 개체로 존재하여, 반드시 서로 다른 나무끼리만 사랑을 나누어 건강한 자손(빨간 열매)을 맺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래 첫 사진은 2019년, 처음으로 담았던 호자덩굴의 모습인데, 장암술대 꽃(Long-styled flower)과 단암술대 꽃(Short-styled flower) 중에서 장암술대 꽃(Long-styled flower)의 모습이다. 중간에 암술 하나만 올라와 끝에 서너갈래로 갈라져 있어서 마치 손 모양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아래 설명 참조)

해 마다 6월 초 쯤, 안면도에는 5월부터 아니, 4월부터 일 것이다. 꽃향기가 낭자해진다. 새우난초를 보러 가야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올해는 봄이 와도 영하의 기온이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갑자기 기온이 상승하는 바람에 개화 시기가 밀려서인지 비슷한 시기에 꽃들이 몰려 피어나서, 주말만 움직일 수 있는 직장인 입장에선 예년에 비해 꽃들을 많이 보러 가지 못했다..ㅠㅠ
새우난초도 놓쳤는데, 호자덩굴과 매화노루발이 같은 시기에 비슷한 장소에서 피어나는 꽃들이라 한번에 두 가지 꽃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안면도까지는 아침에 새벽에 서두르지 않으면 토요일에 서해안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버려 거의 4시간 30분을 넘게 달려야 도착한다. 그러니 새벽에 일치감치 6시 부터는 출발해야 3시간 3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아니면, 차라리 일요일엔 내려가는 차량이 현저히 줄어 들어서 일요일 아침에 떠나는게 더 시간 상 유리하다. 아마도 종교활동 때문에 일요일 아침은 교통량이 적은데다, 토요일 내려갔다가 일요일에 올라오는 차량들이 많으니 일요일 아침에 내려가는 차량들이 적어서 토요일 보다는 같은 시간대에 7시에 떠나도 3시간도 안 걸려서 도착할 수 있다.(거의 2시간 반)
안면도자연휴양림 내에 자생하는 호자덩굴은 꽃이 아주 작다. 찍기가 쉽지 않다. 어떤 모습으로 담아 내는가는 순전히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완전히 사진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2026. Yeremiah K. Helios / 설마 / 박가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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