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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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IV
촬영 시각을 보니 오후 6시가 넘었다. 5월 말이 되니 해가 많이 길어져 날이 참 밝다. 해는 어느 덧 서쪽언덕에 가까워져 있었고, 햇살은 눈부시게 산란하고 있었다. 레일리산란효과로 인한 노을빛은 농도 찐한 에스프레소 같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며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커플을 발견한 순간 나도 모르게 카메라가 올라갔다. 뷰파인더로 들여다 보며 찍고 있는 나의 표정도 함께 웃고 있었다. 행복한 연인들의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남자친구의 장난끼 어린 포즈가 지나간 후 이번엔 여자친구 차례다. 남자친구의 웃음소리가 예까지 들린다. 이런 귀염 터지는 행복한 커플이라니... 나 또한 덩달아 행복해진다. 여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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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III
또 다시 주변 공원들엔 어김없이 지자체에서 조성해 놓은 꽃밭에 꽃들이 난리법석이었고, 주말 마다 꽃향기를 찾아 온 벌과 나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이른 아침도 좋겠지만, 오후 4시경 즈음의 늦은 오후의 햇살은 골든아워 답게 눈부시게 빛나는 시간들이 레일리산란효과로 인해 붉은 노을빛으로 변하면서 그 찬란함은 극에 다다른다.꽃들 속에서 행복한 순간을 꽃향기와 함께 기억하고픈 사람들은 이 순간 순간을 사진으로 영원히 남기고 싶어 연신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기도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에 바쁘다.그런 사람들 속에서도 그 사랑의 기운이 넘치는 연인들이 있다. 그저 빛이 난다. 셔터가 저절로 눌러진다. 찍혀진 사진 속에서도 그들의 표정은 행복한 마음이 넘쳐 흘러 나 또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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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양귀비 I
오즈의마법사에서 도로시는 캔사스주에서 자주 발생하는 토네이도 때문에 날아 간 집 속에서 갇혀 있다가 신비한 나라인 오즈의 나라에 떨어지면서 뜻밖에도 강력하고도 나쁜 마녀였던 북쪽마녀를 의도치 않게 집으로 깔아 뭉개 죽게 하고, 그 마녀가 신고 있던 빨간구두를 벗겨 신고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대한 마법사가 살고 있다는 오즈의 성을 찾아 머나 먼 여정을 떠난다.그 긴 여정에서 노란색 보도블록으로 만들어진 끝 없이 펼쳐진 노란길을 따라 오즈의 마법사가 살고 있는 가는 길에서, 뇌가 없어 생각을 할 줄 모른다고 주장하는 첫번째 동료인 허수아비를 만나고, 심장이 없어 따뜻한 마음이 없어서 심장을 갖고 싶어하는 두번째 동료 양철나뭇꾼을 만나고, 용기가 없어 항상 겁쟁이로 살아 가며 동료 사자들에게 왕따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