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Scenery
2026. 7. 6.
장전리 이끼계곡의 장노출
2025.07.20
어스름한 계곡에 나뭇잎 사이로 스미는 햇살들, 언제부터 자라기 시작했는지도 모를 초록빛 이끼들이 가득한 이끼계곡은 사진가들 사이에선 딜레마의 장소다. 사람들의 방문자 수와 이끼의 분포량이 반비례하는 것이 현실이라 법으로 막을 수 없다면 사진가들 스스로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고, 최대한 자연의 모습을 해지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결국, 유명했던 상동이끼계곡은 이끼계곡 출입구를 기준으로 좌우로 산등성이까지 철조망 담벼락을 설치하고, 2025년 8월 15일 부터 2027년 8월 31일까지 자연생태보호 및 계곡 이끼 보전을 목적으로 산간계곡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했다. 만약, 법령을 어기고 출입 하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최대 20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산림보호법 제57조)
휴식년제가 실시되기 한 달 전, 휴식년제가 실시될 예정인 줄도 모르고 처음으로 한번 가보자 싶어 나섰던 상동이끼계곡은 가뭄 때문에 근래에 비 소식도 없었던 탓에 수량(水量) 너무 적어서 이끼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끼들 마저 목말라하는 모습들이라 조금 찍다가 많이 올라가지 못하고 그냥 내려 왔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철을 지나고 있었고, 상동이끼계곡 만큼이나 유명한 곳인, 평창군 장전리 이끼계곡이 유명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던 터였는데, 장맛비가 일주일 전에 지나갔으니 계곡물이 적당히 줄지 않았을까 하는, 나름대로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해 제보 받은 곳인 장전리로 달렸다.
지인의 도움으로 찾아 간 그 곳엔 예상했던 것 보다 수량이 너무 많았다. 마치 어젯밤에 비가 온 것처럼 무슨 계곡물이 이렇게나 많나 싶을 정도였다. 처음 찾아 갔으니 비 온 후 어느 정도 뒤에 가야하는 지 가늠할 수가 없었던 건데,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니 이 곳은 비가 오면 최소 10일은 지나야 할 것 같다. 계곡의 깊이가 깊은 만큼 빗물의 집진력도 높겠지만, 일주일 전이라 해도 그냥 비가 아니라, 장맛비였던 탓에 계곡으로 모여드는 빗물의 양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점점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내가 이끼계곡을 보러 온 건지, 계곡물 장노출을 찍으러 온 건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워낙 먼 거리인데다 늦게 출발해 도착한 그 곳에 오후 시간대에 도착해서 시작한 산행인데다 초행길이라 이리저리 재며 올라가다 보니, 시간이 꽤 지체되어 기대했던 것 보다 계곡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지 못했다.



특히, 계곡물이 너무 콸콸콸 쏟아져 내려오는 상황이라 더 올라가는 것도 위험해 보였다. 동행이라도 있었다면 같이 올라가도 덜 위험할텐데 만약, 이런 인적이 끊어져 나 혼자 밖에 없는 곳에서 미끄러져 낙상사고라도 당한다면 도와 줄 사람도 없는데 어쩌나 싶어 결국, 집으로 복귀하는 시간까지 고려해 적당한 선에서 발길을 돌렸다.
지금 생각 해 봐도 아무도 없는 이런 계곡에, 다른 사진가들은 수량이 너무 많아서 오지도 않은 곳을 나 혼자 이렇게 올라 간다는 것도 무모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 싶었지만, 약한 소리 하지 말자. 다른 사진가들도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이런 계곡에선 휴대폰이 안터진다는 게 문제다. 사고가 나도 연락 할 수가 없다.



장맛비의 영향이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계곡물이 아직도 이렇게 줄지 않았다니... 수량이 조금만 더 적었다면 이끼가 뒤 덮힌 바위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텐데 많이 아쉬웠다.
결국엔, 내가 찍은 건 이끼가 주인공이 아니라 계곡물 장노출만 찍다 온 것 같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닌 때에 다녀오다 보니 다음에 적당한 시기에 또 가고 싶지만 언제 갈 지 기약이 없다. 참아야 하느니...
ⓒ2025. Yeremiah K. Helios / 설마 / 박가이버
인스타그램 @beantree_parkg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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