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Essay
2026. 7. 10.
싹: "제가 왜 여기에서 태어난 거죠?"
봉: "걱정마, 내가 지켜 줄께. 내 뒤에 서 있어."
싹: "제가 앞에 있는 거 같은데요?"
봉: "..."

풀잎 아래엔 고운 모래들이 쌓여 있었다. 아마도 개미집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아스팔트에 갈라진 틈이 생기고, 그 틈 사이를 비집고 개미들이 집을 지은 후, 어느 날 어떤 개미 하나가 물고 온 풀잎 씨앗이 화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씨앗이 발아 되어 점점 개미집 입구를 막아 버려 결국, 저 풀잎 때문에 개미들이 산 채로 생매장되었다면? 그런 상상이 사실이라면 무서운 사진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고운 모래가 새싹이 발아되면서 튀어 나온 고운 흙일 뿐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낡고 지저분해진 주황색 안전봉과 갓 태어난 것처럼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새싹이 대비되어 한번 담아 봤다. 멀리 있는 가족 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뜻의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멀리 있는 가족은 그저 가족일 뿐 가까이 지내는 사이가 더 친하게 지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피는 물 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정면 대치되는 말이다. 사람의 심리 속에는 피로 이어진 관계가 단순히 사회적 관계 보다 더 강한 의무감과 관계성이 작용하여 더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니 꼭 그런 피가 더 우선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니 우리도 누군가와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 자주 만나야 한다. 자주 연락하며 살아야 한다.
평소 몇십년 동안 통화 한번 하지 않던 동창의 경조사 문자에 응해야 할 지 고민되는 순간들이 있다. '나중에 나에게도 이런 경조사가 생긴다면' 이란 가정하에 또는, 그래도 예전에 친구였는데 라는 생각에 마음이 약해져 계좌를 이체하곤 한다. 하지만, 그 친구가 나의 경조사에 응해 줄 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미래의 상황에 기대지 말고 마음이 가는대로 해야 한다. 살다 보면 그렇게 챙겨도 알아 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알아 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서로가 기대하고 마음 씀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나는, 중학교 동창생들의 경조사는 거의 다 챙기는 편이다. 아버지의 제자들이자 나의 동창들이다 보니 친구들도 나중에 마음을 써 주리라는 기대감이 있어서인 것 같다. 하긴, 내 친구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중학교 동창생들 밖에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국민학교 때엔 이사를 다니며 전학을 다녀서 친구들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입학과 졸업을 같이했던 아이들이 중학교 동창생들이라서 나에겐 특별한 존재들이긴 하다. 처음으로 친구들이란 생각이 들었던 아이들이라 더 마음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자식들의 결혼소식들이 들려 오기도 하지만,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소식들도 들려 온다. 이제 우리 나이가 이런 나이가 되었나 싶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자 친구들아.
ⓒ2026. Yeremiah K. Helios / 설마 / 박가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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